어제까지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2026.09.23 - [분류 전체보기] - 느린여행 8박 9일 몽골여행. 5일차 3편 (별이 빛나는 밤)
느린여행 8박 9일 몽골여행. 5일차 3편 (별이 빛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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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차 (에너지 게스트하우스)
새벽 3시부터 불 살리기
어젯밤 자다가 너무 추워서 깼다.
게르 난로 불이 꺼져 있었다.

아....
새벽 3시부터 불 살리기 시작.
입으로 불고.
부채질하고.
장작 뒤집고.
거의 한 시간.

불은 살아났다.
오히려 내가 죽었다.

연기와 먼지를 잔뜩 마심.
불 살리다 내가 먼저 죽을 판.
그래도 게르 안이 조금씩 따뜻해진다.
불 하나가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새벽 5시, 은하수
새벽 5시쯤 밖으로 나가봤다.
와....

별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은하수도 보인다.

사진에 뿌옇게 보이는 부분.
구름이 아니다.
은하수.

실제로 보면 훨씬 선명하다.
사진으로 다 안 담기는 게 아쉽다.
참치볶음밥과 김
아침밥은 참치볶음밥.
오....
엄청 맛있다.

며칠 몽골 음식 먹다가 밥을 먹으니
그냥 맛있을 수밖에 없다.
옆에 있던 오스트리아 아저씨가
김도 나눠줬다.
참치볶음밥에 김.
오랜만에 제대로 한식 느낌.
별거 아닌데
이럴 때 김 한 장이 왜 이렇게 반가운지.
오스트리아 사람과 찬물 수영
숙소에서 만난 오스트리아에서 온 사람.
나는 말을 타겠다고 했더니
자기는 수영하겠다고 한다.
이 추운데?
추운 건 마음의 문제라고.
춥다고 생각하면 추운 거고,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들어가면
몸이 알아서 데워준다고.
스칸디나비아나 영국 사람들도
겨울에 찬물에 들어간다고 한다.
음….
말이야 쉽지. 나도 그렇게 말은 하고 다니는데.
막상 이 날씨에 수영을 한다는게
부러워 보이진 않는다.
그럼에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이상한 오기가 생긴다.
오늘은 종일 말 타는 날

오늘 일정은 하루 종일 승마 밖에 없다.
어제 테를지에서 1시간 타고
엉덩이가 부서지게 아팠는데도,
정신못차리고 신청했다.
오늘은 5시간이 넘는 코스라서 기대가 된다.

일단 가보자.
말을 타고 출발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르다.
달리지 않는다.
걷기만 한다.
말 조종하는 방법도 따로 안 가르쳐준다.
앞에서 말을 잡고
그냥 질질 끌고 간다.
나는 좀 시원하게 달려보고 싶었는데.
이러면 태를지에서 탔던 것이 훨씬 재밌었는데…
한 시간쯤 계속 걸으니
졸립기도 하다.
낙마하겠네.

정상에 올라가보니
그래도 기대가 있었다.
어제 못 가본 곳까지 가겠지.
더 깊숙한 곳.
더 좋은 경치.
뭔가 새로운 곳.

한참을 가서
드디어 경치 좋은 정상에 도착했다.
어?
여기 어제 거기 아니야?
어제 자전거 타고 길 잃었던 곳이다.
ㅋㅋ

결론.
어제 길 잃어서 헤매다가
경치 좋은 곳을 한 방에 제대로 찾아갔던 것.
오늘은 돈 내고 말 타고 왔다.
어제는 길 잃고 공짜로 왔다.

어제 더 못 갈 수 없던 게. 맞았다
정상에서 더 가고 싶었다.
저쪽으로 더 가면 뭐가 있냐고 물었다.
없단다.
길도 없다고.
이게 끝?
진짜?
어제 내가 여기서 더 못 간 게
맞았던 거다.
딴 데라도 가자고 졸랐다.
더이상의 코스는 없단다.
음....
홉스굴 사람들 단호하다.

독일에서 온 인도인
같이 말을 탄 사람은
독일 베를린에서 온 인도 출신 개발자.
처음에는 이것저것 몇 마디 했다.
어디서 왔는지.
무슨 일 하는지.
여행은 얼마나 했는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둘 다 말이 없어졌다.
그냥 풍경만 본다.
할 말이 없는 것도 있지만.
5시간 동안 계속 이야기하기도 힘들다.
나중에는 졸기까지 했다.
말 위에서 졸다가 떨어질 뻔함.
조금 지루하다.

돌아가는 길
계속 같은 길로 돌아가나 했는데
돌아갈 때는 조금 다른 길로 데려가준다.
그래도 다행.
처음 보는 풍경이 나온다.
마른 강처럼 생긴 넓은 길.
물이 흐르던 흔적만 남아 있다.

이런 곳을 말 타고 천천히 지나가는 건 또 좋다.
달리는 재미는 없지만
풍경 보는 맛은 있다.

이상하게 내 말은 자꾸 다리를 절거나 기우뚱 거린다.
넘어질것처럼 갑자기 저러면 진짜 어디 구덩이에 발이 빠진건 아닌가 싶은데
돌아보면 그것도 아니다.
엄살인가?
페이즈의 말은 발정이 나서 계속 울어대고,
자꾸 멈춰서서 똥싸고 오줌싸고 방귀도 길게 뀌고 그런다..
조금 길이 덜든 모양이다.
내가 탄 말은 자꾸 절뚝 거린다.
리더의 말은 역시 걸어가면서 오줌도 싸고 똥도 싼다.
역시 리더라면 저정도로 가면서 쌀수 있어야지.
그런데 좀 안타깝게도, 리더의 말이 설사를 했다.
아… 어쩌냐. 꼬리털이 똥에 젖었다.
근데 자꾸 신경쓰이게 리더말의 엉덩이 쪽에 붙는다.
결국 내 바지 그냥 버리기로 결정했다.
왜 말 타는 사람들이 장화를 신는 지 알수 있는 경험.

다 돌고 오니
정확히 5시간.
엉덩이 아픔.
다리 안 구부러짐.
말은 멀쩡하다.
나만 고장남.
오늘의 게르
승마를 마치고
숙소를 옮겼다.

아시하이라고 하는 멋진 리조트로.
지금 있는 숙소 주인이 너무 친철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좋긴하지만.
내일이 막상 이 여행의 절정이고
마지막 전야라고 생각하니 아쉽다.
너무 값싼 숙소들만 돌아다니고,
버스에서 자고 그래서.
8박9일의 숙박비가 20만원이 넘지 않는다.
1,2,3박 시티 게스트하우스 4만5천원
중간 테를지 하루 4만원 (중복),
4박(버스 0원),
5박 에너지게스트하우스 (3만5천원),
6박 아시하이 (7만원),
7박(버스 0원),
8박J 호텔(7만원)
7만원짜리 게르는 나에겐 호사이긴 하지만 이정도는 즐기자.
오늘의 게르.

이번에는 호수 바로 앞.
문을 열면 호수가 보인다.
와....
너무 근사하다.

게르에서 호수까지 몇 걸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그냥 그림이다.
어제 숙소도 좋았는데
여기는 또 다른 느낌.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데
벌써 여행이 끝날 때쯤이라는 것이 아쉽다.

인터넷은 거의 포기
문제는 인터넷.
와이파이도 잘 안 된다.
셀룰러도 잘 안 된다.
둘 다 거의 먹통.
잠깐 되다가
다시 끊긴다.
가족들에게 전화했는데
다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어?
나중에 보니
내 전화가 안 되는 거였다.
이곳에서는 연락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괜찮다.

호수 보고.
게르 안에서 쉬고.
오늘 찍은 사진이나 다시 보면 된다.
다음 내용 계속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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