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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느린여행 몽골 8박 9일 - 1일차

by 저스트립s 2026.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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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수) 인천 —> 울란바토르

2008년 이후 혼자 떠나는 첫 해외 여행.

마치 1996년 수능날에 강촌으로 떠났던 첫 여행처럼 그때의 울렁 거림이 두근거림이 떠오른다. 

지금은 그때처럼 국내여행이 아니라 해외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느낌이 좀 다르긴 하다.

50이 되기전 혼자 떠나는 마지막 여행이 되지 않을까?

계획이 없다. 그래서 부산스러움이 없다. 계획이 꽉꽉 차있다면, 그것들을 다 행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일 것이고, 챙겨야할 준비물이 또 한가득이 된다. 

 

아침 5시. 조금 더. 잠에 빠져들까 하다가, 어차피 비행기 안에서 또 잠들텐데 일부러 더 잘필요는 없겠다. 

어제 대충 여행용 가방 주변에 널부러 뜨렸던 물건들을 주섬주섬 구겨 넣었다.  어차피 잘 챙겨 두었어도, 출발 전에 다시 한번 하나씩 꺼내어 잘 넣어두었는지 확인할 거니까. 출발 직전에 가방에 넣으면서 확인하는 것이 일을 한 번 더 줄이는 나만의 노하우.

몇일전 여행사에서 자동 문자가 하나 날아왔었다.

 

“캐리어 다 싸셨다면, 해외여행보험도 챙기세요!”

그 문자를 보고, 

‘아~ 지금쯤이면 다른 사람들은 이미 가방을 다 쌌다는 거네. ‘ 

 생각했는데, 그러고도 3일은 더 지나갔다. 

 

비행기 출발 5시간 전에 가방을 다 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공항 의자에서 나머지 짐을 다 준비해서 넣었다. 

짐을 부치고나니 슬슬 안 챙긴 것들이 떠오른다. 

 

핫팩, 바람막이….. 

세상에 완벽한 준비란 없다. 그렇게 완벽하려다보면 여행이 아니라 이사가 되어야 한다. 

몇년을 살다 올것도 아닌데, 

기껏 해봐야 간신히 열흘도 안되는 짧은 시간인걸.

 

 

결혼 이후 이렇게 오랫동안 혼자 지낸적이 없어서 그런지 나도 실감이 안나고,

공항까지 바래다준 우리 아내도 조금은 섭섭한 모양이다. 

어제부터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는 것을 보면, 귀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아쉬워서 어쩌냐… 외로워서 어쩌냐 하더니.

막상 몇마디 말을 붙이면 이내 귀찮은 듯 툴툴거린다. 

나보고 왜이렇게 질척대냐는 듯이 귀찮은 듯한 말투로 … 그러더니

 

오늘 아침 배웅해주면서 아쉬워한다. 

 

공항에 오면 마티니 라운지가 무료라서 이 또한 힐링.

먹을것도 많고, 쉬기에도 좋다 

커피 한잔까지 완료하고 늦지않게 탑승구로 가서 안전하게 출발.

 

운 좋게도 옆자리가 비어서 넓게 갈수 있다. 

좌석 지정도 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제일 뒷자리 조차도 미리 지정하면 2,000원을 더. 받기에 그것도 아껴본다. 

안분지족, 안빈낙도라는게 이런 대책 없음을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편리하다고 하는 모든 것들에 비용이 발생하는 세상이 조금은 지치기도 하고, 

그까짓 것 미리 준비 되지 않아서 인생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빨리빨리, 효율성 100%의 삶에서 조금 떨어져나와 느릿느릿 비효율적인 여행을 더 맛깔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4박 5일짜리 단기 여행을 와도 될 여행이지만, 8박9일을 선택하면서,

아무것도 계획에 넣지 않은 것이 또한 나의 계획이다.

사막투어를 가고, 여기저기 둘러보는 것이 계획되어 있으면 ,

보고 느끼는 것은 많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무위의 즐거움은 집에 돌아온 이후에나 즐길 수 있게 된다. 

 

 

 나의 계획은, 일단 떠나자.

도착하고 나서 적당한 휴식처를 하나 정하자. 

그리고 하루 정도 아무것도 안한다. 

방에만 있어도 좋다. 밖에만 있어도 좋다. 

낮을 다 보내고, 밤을 즐겨도 좋다. 

 

막연한 생각이고,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꿈꾸는 상상일수도 있다 

왠지 몽골에 가면 밤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소리도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을 즐길 수 있을 듯하다. 

 

고등학교 때, 여행에서 만난 한 사람이 해주었던 야간 산행이야기가 떠오른다.

달이 뜬 밤에, 랜턴도 없이 오로지 달빛에만 의존하면서 눈 덮인 속리산을 반은 걷고, 반은 미끄러지며 내려온다는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신기해 했었다. 나역시 스물여덟 살 군대가기 전 지리산에서 달이 뜬 지리산 능선을 오로지 달빛에만 의존해서 걸었던 기억이 있다. 도시에서 별처럼 박혀있는 먼 가로등불이 선명하게 보였다. 밤 하늘엔 전날 내리던 비구름이 덜 걷혀서 달빛을 부드럽게 흩뿌려주어 어슴푸레 길과 길이 아닌 곳을 구별할 수 있었다.

 

그때 그 밤을 즐기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또 서른살 군인일때, 야간 스키도 끝나고, 불꺼진 슬로프를 보드를 타고 내려갔었다. 오로지 달빛 뿐이었지만, 눈길이라 그런지 슬로프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함께 내려오던 일행들과 신나게 뛰고 돌리며 보드를 탔던 기억이 생생하다. 안전요원이 보면 깜짝 놀랄 그런 일을 한다는 생각에 더 짜릿했던 기억이다. 

 

밤을 즐긴다는 의미가 보통은 술을 마시고, 음악에 또는 어떤 놀이에 흠뻑 취해 있는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내가 떠올리는 밤을 즐기는 시간은 의미가 다른 것 같다. 어쩌면 이곳 몽골에 도착해서 맞이하는 밤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밤을 보여줄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 하고 싶은 일 : 360 카메라를 이용해서 별을 담고, 별이 움직이는 궤도를 영상으로 담아 vr로 보고 싶다. 
  • 1시간에 15도 움직이는 별의 궤도를 다양한 방법으로 찍어보고 싶다. 
  • 준비물 : 360카메라, 삼각대, 여유롭게 읽을 책 한권(인터넷서적)

불편함은 세상을 바꾼다. 

비행기를 타면서 내가 보고싶은 영화는 핸드폰에 미리 다운받아서 가져간다. 

그런데 막상 핸드폰을 올려두기엔 너무 멀거나 잘 넘어져서 불편했는데, 비행기 뒷좌석에 이렇게 핸드폰 거치대를 만들어주니 너무 좋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매번 봐도 신기하다.

하늘에서 본 지구의 느낌처럼. 

바다에 여기저기 웃는 모습이 보인다.

쌍끌이배 그물로 물고기를 싹 잡아가는 중국인들.

바다보면서 힐링하려는데 저것 보고는 힐링이 안되네.

 

 

 

 

조금 전 보인 땅의 모습은 중국인 듯하다.

빈틈없이 지어진 집, 집, 집, 공원, 발전소, 도로. 밭.

자연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예전에 인도를 여행하면서 들었던 느낌은.. 

뭄바이를 떠나 시골로 들어가도 들어가도 계속 사람 사는 곳이 끊임 없이 이어지는 ….

얼마나 더 시골로 기어들어가야 사람사는 곳이 없이 자연이 펼쳐질까?

그렇게 몇일을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피난가듯 다다른곳이 히말라야였다. 

그 히말라야 산맥의 꼭대기까지도 푸르게 펼쳐진 산이나 숲은 없었다. 

메마른 땅과 먼지 풀풀나는 도로.

저녁이면 어김없이 여기 저기 피어오르는 연기들.

지구의 관점에서 인간이 많이 사는 인도라는 지역은 그야말로 개미들이 우글대는 개미 소굴처럼 느껴질 법도 하다.

더 멀리 더 깊이 자연을 찾아 떠나서 만나게 된 마날리라는 곳은

인도에서 처음만나는 거대한 푸른 숲을 가진 곳이었다. 

그래서 더욱 그 감동이 깊이 남아 있는 듯하다. 

빽빽하게 하늘을 가리는 침엽수 사이로, 온갖 바위와 돌 하나하나에도 빈 틈없이 이끼와 돌 옷으로 가득한 그곳은 마음껏 숨을 들이마셔도 될 것 같은 청량한 공기를 가진 곳이었다. 

 

 

몽골까지 오면서 계속 이어지는 사람의 흔적들.

도로, 목장, 밭…..

신기하기도 하지만, 

어딘가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펼쳐지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런 곳은 없다.

심지어 저 황량한 땅까지도

이제 지구상에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그럴수록 좀 더 그런 길들여지지 않은 곳이 그립다. 

하늘에서 본 땅의 모습을 보며 이런 저런 다듬어지지 않는 생각들을 해본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화성의 모습. 즉 별의 모습에서 물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것이 이런 것을 말하는구나. 

언덕처럼 보이는 사이사이로 , 나뭇가지와 줄기처럼 뻗어있는 굴곡들.

저것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많은 비와 바람이 지나갔을테고, 그렇게 만들어진 땅의 모습 하나하나에도 감탄이 나온다. 

 

마치 거미줄 처럼 이어진 저 길들을 보면서 ….

마른땅에서 찾아낸 오아시스를 만나고, 

그리고 각자의 길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 또한 수없이 많은 이들이 그렇게 모였다 흩어졌다는 반복했던 흔적들

그것이 길이 되고, 지도가 되고, 이렇게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봐도 한눈에 보이는 흔적이 되어 있다는 것.

우리의 삶도 어쩌면 비슷한 모습일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른 곳에서 만나기를 반복하면서.

각자의 길로 다시 돌아서는 그 시간들이 반복되면서 삶이 되고, 인생이 되어 

긴 시간의 관점에서 내려다보면, 

저기 저 길처럼, 

내가 만든 길이, 내 삶의 지도가 되어 나만의 문양을 그려가는 것.

그것이 멀리서 볼때 아름답든, 아름답지 않든 간에.

누구나 각자의 지도를 그려간다는 것.

그 결과물은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

괜히 또 내가 그린 삶의 지도를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내어본다. 

누구에게 보여줄것도 아닌데….

 

 

10대 후반에 읽었던 책.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였던가?

별을 덮고 잤다고 했었던 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그때부터 인도로 여행을 꼭 가고 싶어 했었다. 

막상 인도에 도착해서는 그 복잡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기가차고, 놀라워서 재미있어하다가, 도망치듯 그들을 피해 자연속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정작 그곳에서는 단 한 번도 밤하늘의 별을 볼 생각은 못했던 것 같다.

저녁마다 피워대는 연기들 때문에 공기가 하루도 맑았던 적이 없었나?

그때까지도 아마 나는 내 일정을 소화하기에 정신없었던 것 같다.

밤엔 잠을 자야 다음 날을 바쁘게 보낼 수 있었으니까. 

여행을 떠나온지 거의 20일 정도가 지나고나서야 밤 하늘을 한번 올려다 본것 같다. 

맥그로드간즈에서 새빨갛게 지는 노을을 봤던 기억이 그제서야 떠오른다.

 

 

공항에 내렸다. 

여유롭게 가자.. 해놓고는 출국심사를 마치고 나서 짐을 찾는데만 30분 정도 걸리고 나니  대한민국 특유의 조급함이 발동되었다. 게다가 유심을 구매하는데 20분. 환전을 하는데 20분. 그 이상인가?

아무튼 여유롭게 하기로 했다가도 막상 비행기에서 1시 10분에 내렸는데 버스에 타고보니 3시 10분인 것을 보면 2시간 동안 공항을 못 벗어난거다. 

당연히 미리 준비했으면, 오자마자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esim 개통해서 도착을 카톡으로 알리고, 숙소에 연락해서 공항버스 공짜로 예약해서 타고 왔을 거다. 환전은 한국에서 해와서 여기서 할일이 없을거고….

지금쯤이면 숙소에 도착해서 짐 풀고 쉬고 있을텐데….

이미 핸드폰 배터리는 16% 밖에 안 남았고, 숙소에서 제공하는 무료 공항셔틀 버스는 미리 예약 안해서 물건너갔으며, 환전 환율도 그닥 좋지 않게 100달라 바꾼데다가, 공항버스 알아보랴 이것저것 하랴 분주하기 짝이 없었다. 

여유는 무슨….대한민국의 여유는 결국 바쁜 준비에서 비롯된다. 준비를 철저히해서 현장에서 바쁘게 만드는게 대한민국의 빠릿함이다. 힘을 여기와서 실감한다. 그래도 좋다. 아직 대한민국 빠릿함이 신경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라 별거 아닌 일에 조급해하지만, 며칠 지나면 흐물흐물 여유를 찾게 되겠지.




공항을 벗어나 초원을 느릿느릿 달린다. 도로도 넓고 길도 평평한데 리무진 버스가 시속 60킬로도 안되는 속도로 간다. 이 넓은 땅덩어리를 효율적으로 가려면 적어도 150km 는 밟아야 하는데, 들판 밖에 아무 볼것 없는 평지 42km 를 1시간 동안 가는 것을 보면, 이 나라 사람들은 심심함과 무료함을 기본 베이스로 장착하고 사는 사람들이 아닐까?

 

한 시간 가량 달리다보니 너무나 익숙한 모습의 아파트들이 보인다. 

역시 몽골의 도심은 한국이랑 다를게 없다. 

오히려 처음에 아무것도 없는 빈 땅이 더 몽골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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