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나는 여행인 만큼 비행기표 숙소 여행지 등등 아무것도 준비가 되지 않았고,
다만 준비 할 수 있는 것은 이틀 뒤 타게될 배표 한장 뿐이었다.
무계획이지만 일단 출발.
그러나 문제는 극성수기라서 렌트비가 절정이라는 것. 모닝도 하루에 6만원 정도.
차를 가져가야 하나?
너무 더워서 집안에 축 늘어져 있는 우리 아이들.
자.... 일어나 가자.
거의 무작정 떠난 제주도 행.
밤 열두시에 짐을 싸서 완도로 출발했다.
거기 가면 예약 취소 분량만큼 차를 태울 수 있지 않을까?
밤새 달려 완도에 도착하니 새벽 5시 30분.
한일고속 사무실에는 나 말고 새벽 3시에 도착한 한 사람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행이다. 2등이긴 하지만, 여기서 기다리면 확실히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저기 보이는 저 배에 차를 싣기만 하면 문제 해결이다.
준비해온 카트를 의자 삼아 앉아서 컴퓨터로 이것 저것 하면서 대기중이다.
철창 앞에 앉아 계신 분이 1등 대기자.
저 사람은 나보다도 더 대책 없는 사람 같아 보인다. 숙소도 예약 안하고. 온것을 보면.. ㅋㅋㅋ
결국 나나 저 사람이나 똔똔인데.
나쁜 짓 하다가 걸렸을 때 같이 혼나는 친구 하나 있으면 든든한 것 처럼.
아무튼 정신적인 동지로써 무지 든든했다.
6시 30분이 되자 사무실 문이 열렸다. 내 앞에 한 명이라고 생각했는데... 크억.
전날에 와서 떠나지 못한 사람들의 명단이다.
앞에 20명은 더 있다.
저 사람들도 나랑 같은 동지라는 점에서 위로는 되지만,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이라 용서는 안된다.
대기자가 이렇게나 많다니.....
어쩌면 오늘 안에 제주도 못가고 나도 저들처럼 근처에서 하루를 보내야 할 수도 있다.
앞이 막막해진다.
대책없이 완도까지 끌고 내려왔는데...
계획 아닌 계획대로 차를 길거리에 세워두고 짐만 끌고 가야하나보다.
일단 아침 8시까지 기다려봤는데, 이번 순서는 꽝! 다시 2시에 오라고 한다.
아침 식사 마치고, 어차피 2시까지 시간 남았으니 완도 여행이나 하자.
근처에 있는 명사십리 해수욕장에도 가보고...
거긴 그냥 잠깐 들러서 생긴 모양만 보고 다시 발길을 돌렸다.
너무 더울 것 같고, 물가에 쳐 놓은 방갈로는 개당 2만원이나 받는 다길래 주저 않고 다른 곳으로....
이곳은 정도리 구계등
여기 해무가 피어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 극성수기에 주차장이 텅텅 비는 것을 보면.
또 다시 이게 국립공원이든 어떤 기업이든 간에 장사 안된다고 걱정이다.
사람들 몰리지 않아서 우린 좋지만.
미안한 마음에 우리라도 잘 놀다 가야겠다.
안에 들어가보니 헉... 이건 신세계다.
밖은 엄청 더운데, 이곳에 오자마자 온도가 몇도쯤 내려간 듯.
해무 때문일까? 마치 분무기로 얼굴에 물 쏘고, 바람으로 식히는 듯한 시원함이 몰려온다.
저기 멋진 느티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자.
산책로가 생각보다 잘 이어져 있고, 아래 몽돌쪽으로 바닷소리가 좋다.
느티 나무 정자 아래로 바다가 으르렁 대는데, 얼른 들어가서 한 번 물이라도 만져보고 싶다.
바닥엔 자갈들이... 이렇게 작아 보이지만 실제는 엄청 큰 몽돌이다.
하나 하나가 모두 내 발만한 큰 몽돌이다.
작은 자갈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자. 저기 발이라도 담그자.
역시 맑은 남해안의 바닷가.
게다가 몽돌해안은 물이 맑아서 좋다.
막 이런게 떠다니길래 하나 뜯어 먹어봤다.
아침에 먹은 해초된장국에 이런게 들어 있었는데 엄청 맛있었길래.
그런데 나중에 보니 떠 다니는건 죽은 것이다.
바위에 붙어 있는 싱싱한 녀석들은 본 순간.
아까 먹은 죽은 해초가 생각났다.
아... 뜯어 먹어야되는데, 떠 다니는 걸 먹으면 안되는 구나.
앞에 있는 작은 바위 위로 태림이를 올려주고, 우리가 온길을 돌아보니 풍경이 장관이다.
뒤에 자리 잡은 저 느티나무도 그렇고.
태림이랑 같이 잡은 해초와 말미잘과 다슬기들..
엄마는 안녕!! 하고는 저기 느티나무로 가버렸다.
헉 여기 다슬기들이 엄청 모여있다.
다슬기네 동네인 모양이다.
한번만 긁어도 한 주먹이다.
구계등에서 잠시 쉬는 동안 오히려 추워서 태림이가 가자고 한다.
정말 여름답지 않게 시원해서 좋았는데,
느티나무를 떠나서 다시 걷는 동안 시원해던 공기는 다시 후끈해졌다.
구계등인 시원한 것인지, 날씨가 변덕스러운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그곳은 여름 아닌 온도를 가지고 있는 동네였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청해진.
장보고에 대해 역사적으로 태림이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찾아가봤다.
육지에 붙어 있는 아주 작은 섬인데, 내려다 보이는 경치가 좋을 것 같다.
천혜의 요새인 것 처럼 멀리 바다가 내다보이고, 싸움에 유리한 위치인 것 같다.
그만큼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작은 언덕 하나만 올라도 탁 트인 경치를 볼 수 있어서 좋은 곳이다.
역시 한적하니 여행하기엔 최고다.
루미는 밥먹다 잠들어서 아직도 자고 있다.
명사십리 해수욕장, 구계등을 돌고 청해진까지 왔는데 여전히 잔다.
청해진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한 컷
다시 내려오는 길에 돌아보니 경치가 장관이다.
엄마와 아들의 산책하는 모습을 보니 정겹다.
그러나 가까이서 대화를 들어보면 엄마는 뭔가 자꾸 가르치려하고, 아들은 관심없어 한다.
당첨이다.
오후 3시에 배에 오를 수 있었다.
4인 가족과 차량까지 포함해서 약 24만원.
성수기인점을 감안해서 이정도 가격이면 선방했다.
하루를 더 기다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치 3시 배에 딱 3명이 갈 수 있었는데, 내차례까지 탈 수 있었다.
얏호...
밤새 내려오느라 피곤하고, 새벽부터 줄서느라 피곤했고,
명단에서 혹시나 불릴까 싶어서 초조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배에 오르니 정신을 잃고 잠들었다.
그러나 루미가 징징대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완도에서 배로 겨우 1시간 40분..
완도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에 온 것은 정말 잘 한 선택이다.
자 신나게 즐기자.
엄청난 속도의 쾌속선.
저 뒤로 뿜어지는 파도와 흰 바닷가루는 보고만 있어도 시원하다.
도착한 우리 숙소에는 바닥이 청소가 덜 되어 먼지가 이렇게 묻어난다.
청소를 다시 해달라고 연락하고 일단 밥먹고 마트라도 가자.
태림이 루미는 제주도 여행집이 아주 맘에 드는 모양이다.
일단 와보니 좋다.
날씨가 흐려 저기 멀리 희미하게 한라산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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